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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오후 7:27:06 입력 뉴스 > 시흥뉴스

덕암 칼럼 리더일수록 역지사지의 신중함을



10년 전 어느 국회의원이 교도소 재소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겠다며 철장 안에 들어가 몇 시간을 구속(?)되었다가 기자들의 요란한 플래쉬 조명을 받으며 대서특필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재소자들의 의견을 지금 와서 전하자면 온갖 육두문자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남의 불행을 장난치듯 여기는 것도 그렇거니와 잠시 잠깐 있어보는 것과 정식으로 재판을 받고 구속되어 형기를 마쳐야 하는 사람과의 입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장난친(?)당사자는 모르겠지만 들러리가 되어야 했던 재소자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오랜 노력 끝에 뜨거운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면 꼭 정치인들이 끼어들어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트릭이 자주 등장한다. 문화 예술, 스포츠분야가 그랬고 최근 한류열풍을 일으킨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주목을 끌자 그 장면에 왜, 어떤 이유 론지 납득할 수 없으니 전혀 기여한 바도 없고 관련도 없는 정치인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국민들의 환호에 동반점수를 따려한다.


적어도 10년은 넘은 실화를 끄집어내자면 참으로 어이없는 에피소드중 하나일 것이다. 안산시 원곡동 하면 외국인근로자들이 넘치는 다문화 동네였고 당시만 해도 범죄의 온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적이 있었다.

조선족 가해자가 야심한 밤에 편의점을 습격하여 아르바이트 여대생의 두개골과 안면부를 함몰시키고 금품을 강탈해간 사건이 있었다. 늦은 밤이지만 고려대 안산병원의 응급실을 찾아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이해를 구한 뒤 사건의 내막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경찰도 시청도, 시민단체나 그 많던 복지의 손길도 없이 막연하게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보며 취재기자가 아니라 같은 시민으로서 분노와 의협심이 강하게 일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당한 사고에 그 어떤 것도 할 줄 몰라 쩔쩔매는 가족들을 위해 인터넷뉴스로 속보를 올리고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누구하나 같은 국민으로서 외국인 범죄에 대해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가난한 기자의 주머니를 털어 간단한 생필품과 간식거리를 준비했지만 퇴원할 때 까지 막대한 병원비는 국가 지원금으로 겨우 줄어들었을 뿐 운수업을 하던 피해자의 부친까지 일을 하느라 간호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 뒤 퇴원을 하고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식사도 못 챙기며 집을 지키는 피해자를 위해 반년이 넘도록 아침 산책과 심리적 안정을 찾는데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육체적 고통에 한 쪽 시력을 잃고 일그러진 외모를 보며 심리적으로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피해자를 단원경찰서와 협의하여 여경들의 도움을 통해 인계해주는 선으로 역할을 마친 바 있다.

당시 모 국회의원 보좌관이 이 소식을 듣고 피해자와 국회의원이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느냐는 제의가 왔고 그 이유는 국회의원의 홍보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혹시 어떤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이유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거절했지만 정치인의 인격이 바닥을 친 장본인이 지금은 안산 시에서 보란 듯이 대단한 공기업의 대표로 있다는 점이다.

피해를 당한 시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주권자이자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여학생이었다. 앞서 어필한 교도소 입창 장난질이랑 별반 다를 바 없는 경우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일선 교육과정 중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시각장애체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영구히 눈을 뜨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이러한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잠시 눈감았다 뜨는 것은 뜨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장난질이다. 참으로 영구히 시각장애인이 될 마음이 없다면 그러는 척해서는 안된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환자 앞에서 멀쩡한 정상인이 한번 쯤 타보다 다시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쯤하고 최근 조두순 출소에 대해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격리법으로 불리는 보호수용법 제정을 청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력범 등이 출소 후에도 사회와 격리돼 보호수용 시설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는 법인데 윤 시장은 안산시민을 대표해 보호수용법 제정을 청원한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가 신속히 움직여 피해자와 안산시민, 온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얼핏 들어보면 좋은 의견이다.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찰, 법무부관계자들이 합동 회의까지 마친 판에 안산의 이미지추락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 단체장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조두순, 잔악한 범죄에 형기를 마친 출소자가 다시 안산에 거주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의 자유를 아무도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진대 새삼 현직 시장이 새로운 소재를 발견한 것 마냥 정의의 칼을 빼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다 잡은 사냥감 발로 한 번 더 걷어차는 격이다.

사건 발생 이후 시민을 보살펴야할 경찰은 치안부재로 인해 발생한 점에 대해 어떤 사과를 했는지, 나영이 가족도 안산시민 이었을 테고 세금을 냈을 텐데 그 세금 걷어서 월급 받는 안산 시에서는 어떤 수혜와 보살핌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아무것도 안했다면 시민을 챙길 줄 모르는 것이고 부족하나마 어떤 조치라도 있었다면 가족 보호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청원은 윤화섭 시장보다 나영이 가족이나 특정인이 지목받지 않는 시민단체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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